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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수경 편
문득. 그들의 일본에 남겨진 흔적이 궁금해졌다. 그래픽디자이너 키마세이버의 손으로 그린 작업공간의 김아영님, 디자이너 수의 초롱초롱 작업공간의 곽수경님, 디자이너 신설화의 나른한 작업실의 신설화님. 2008년 아카데미정글 사이트 리뉴얼 기념으로 진행한 "당신의 작업공간을 보여주세요" 이벤트에 당첨된 세 명의 디자이너는 11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문득. 어느날 저는, 디자인 페스타 전시 참관을 포함한 3박 4일간의 자유일정 동안 세 명의 디자이너가 일본에 남긴 각기 다른 시선의 흔적이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여행 후기를 부탁하게 되었고 세 명의 디자이너는 흔쾌히 정성스레 글과 사진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이 흔적을 통해 일본이라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동안 그 곳에 존재했던 디자이너 세 명의 시선을 간접적이나마 느끼고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흔적-소중한 글과 사진을 보내주신 김아영, 곽수경, 신설화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권혁삼 |
디자이너 수의 초롱초롱 작업공간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정한 발견의 여정, 멈추지 말고 꿈꾸고 욕심내자. 두 번째 도쿄 여름에 혼자서 일본을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아카데미정글에서 디자이너의 공간에 선정 되어서 디자인 페스타 여행권을 준다고 했다. 음, 돌아오자마자 알게 된 소식이 묘했다. 출국 날이 되고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여행은 정리하는 시간으로 갖자, 너무 여행에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제 학교를 정리하는 4학년이고 짧은 기간인데 저번 여행만큼 못 보내면 실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는 바로 하라주쿠로 갔다. Gwen Stefani 노래처럼 가장 일본다운 특색이 묻어 나오는 곳이 하라주쿠라고 생각해서였기도 하지만, 사실은 파르페 때문이다. -..-; 내 일본인 친구 미키가 매콤한 오징어 덥밥 때문에 한국에서 정말 살고 싶다고 하는걸 보고 푸하하하 거리며 웃었는데 사실 나도 파르페랑 스시를 너무 좋아해서...^^; 하라주쿠. 완전 치즈 케익이랑 생크림이 섞여 있는 파르페를 먹고 너무 느끼해서 뒤에 탈이 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좋다. 파르페 널 사랑해. 원츄! 원츄!! 파르페를 먹으면서 제 멋대로 최고로 한껏 꾸미고 나온 하라주쿠 아이들을 구경했다. 여기가 진짜 동양의 다문화 거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레 오다이바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스타 하라주쿠 갤러리에 갔었다. 여기는 매해 2번식 열리는 디자인 페스타의 전체적인 운영을 맡는 오피스가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짧게 열리는 디자인 페스타 축제를 대신해 매일 아티스트들의 작품전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첫째날, 하라주쿠 디자인 페스타에서 만난 사람들 3층은 오피스인줄 모르고 돌다가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긴 다 오피스인가요?'하고 물었더니(난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영어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한국 사람인줄 알고 능숙한 한국어가 튀어나온다. 알고 보니 디자인 페스타의 전체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 여성분이었는데 나도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하자 반가워하시면서 내 이야기도 잘 들어 주시고 이 건물을 돌아가면 패션에 관해 전시가 열리고 있다고 하시면서 여러 가지 정보들도 알려주셨다. 덕분에 다른 갤러리에서 같이 패션 직종에 있는 디자이너랑도 만나서 친구가 됐다. (한국말을 곧잘 해서 놀랬는데 내가 내츄럴이 당신의 스타일인 것 같다고 하자 소재만 그렇다며 구석에 있는 온갖 자료들을 다 보여주었다.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1층의 직접 옷도 파는 갤러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일본인들은 수줍은듯 하면서 막상 대화를 하면 열심히 응해준다. 그러다가 친구가 되고.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도 도쿄 여행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하라주쿠 디자인 페스타 갤러리에 꼭 가보시길. 아마 조금 더 즐겁고 일본인 특유의 미술세계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날, 베르미어 전을 보러 우에노로 도쿄에서 모리 미술관이 있는 롯본기 삼각지대와 이곳 우에노 삼각지대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여름에 왔을 때 베르미어 전시 홍보 포스터를 보고 꼭 보고 싶었는데 날짜 관계로 보지 못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우에노로 향했다. 아직 11시가 되기 전인데도 미술관은 시끌벅적하다. 전시를 보려고 온 수많은 사람들.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노인들, 연인들... 이상하게 학생표는 나뿐이다. 같은 동양인데도 일본에서 부러운 게 바로 이거다. 일본인들은 문화생활에 관한 관심이 정말 높을 뿐 아니라 연령에 제한이 없고 지속적이다. 유명한 그림을 봤다는데 그치지 않고 그림 앞에서 토론을 하는걸 보면 곱게 차려 입고 30분이 넘는 웨이팅 시간을 기다려 갤러리에 온 노인들에게 정말 존경심이 나온다. 아쉬웠던 건 베르미어 전시 타이틀이지만 39작품 중에 8작품만이 그의 것이었다는 것. 전시회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사치갤러리의 터너프라이즈도 그렇고 이번 전시회도 마찬가지로 아직은 한국보다 좋은 전시를 많이 열 수 있는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 여러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정보를 알아보고 온다면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을 가질 수도 있겠다. 아 그리고 ‘왜 일본 가서 서양 그림 보러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 일본은 네덜란드 정물화 같은 장식적이고 세밀한 작업에서 영향들을 많이 받아 현대 일본 특유의 미술이 만들어졌다. 많은 혼혈인에서도 보여지 듯 서양과의 관계가 특별하게 많기도 하고, 일본에서 보는 유럽그림들. 새롭다. 셋째날, 넷째날, 드디어 디자인 페스타 같이 방을 쓰는 그래픽 디자이너 아영언니는 이번 디자인 페스타에 아티스트로 참가하기 때문에 새벽 일찍 먼저 나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는 했지만 유리카모메를 이용해 나도 오다이바로 출발했다. 디자인 페스타 개장 시간은 9시부터이지만 이때는 아직 준비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기 때문에 분위기를 즐기려면 입장은 11시쯤 하는 것이 좋다. 양일 모두 입장한다면 다음날은 일찍 가서 준비과정을 천천히 보고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구에 하라주쿠에서 만났던 한국인 스텝분도 보인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 한껏 꾸미고 오셨는데 같은 여자로서 타국에서 이 축제를 관장한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설렌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우선 들어오는 건 색색 깔의 옷들과 패턴이다. 각각 자기만의 세계에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날을 잡아서 축제에 참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난 여름에 이곳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디자인 문구 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땐 비즈니스 박람회라서 모인 사람들이 거의 검은 정장의 중년층 바이어들이었는데 비해 같은 장소에 이렇게 180도 바뀐 사람들을 보니 더 설레고 놀랍기도 했다. 왜냐면 진짜 제정신 아닌 퍼포먼스들이 많았으니까. 자신이 그리고 만든 오만가지의 제품들을 전시하고 파는 스타일리쉬한 아마추어 아티스트도 있고, 범상치 않은 세공 기술을 가진 샤방샤방 훈남디자이너도 있다. 판매가 주목적은 아니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코스프레를 하고 오직 자기들끼리만 노래하고 케익을 먹는 정체모를 집단들도 있고,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가지고와서 바쁘게 전시 겸 판매도 한 그래픽 디자이너 아영언니도 있다. 언니는 호텔에서도 일본어를 연습해서 갔다. 같이 디자인 페스타 여행권을 얻은 디자이너와는 달리 난 이번 축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새롭고 흥미로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수많은 다문화가 섞인 이 자리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랬다. 자신의 내·외적인 특색은 너무나 상반되도록 다르지만, 모두에게 있는 똑같은 것. 바로 집중하는 모습들, 자신의 참여 목적이 판매가 되었든 전시가 되었든 놀이가 되었든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뭐야? 저걸 그림이라고 전시하나?' 싶은 스케치를 내다놓고 얼토당토 않는 가격을 붙인 콧대 높은 아마추어 아티스트에서부터 온리 hobby라며 절대 팔지는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능력을 가진 회사원 장난감 아티스트까지.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서로의 내재적인 에너지가 도쿄 빅 사이트를 꽉 채운 듯하다. 아! 그리고 오직 참여 아티스트만이 이렇게 집중도 높은 모습을 보여 줬던 건 아니다. 엄마의 그칠 줄 모르는 쇼퍼홀릭에 눈동자가 풀려버린 지친 아기들까지...@@ 엄마 그만 좀 해~~ㅠㅠ 나만해도 높은 환율에 쇼핑은 하지 않겠다던 처음 결심과 달리 한국에는 없는 디자인의 악세사리들을 꽤 많이 구입하고 있더라는--“ 다 공부라며~~:)ㅋ 특이한 드레스를 입은 패션디자이너, 퍼포먼스를 보이는 아티스트들, 같이 사진을 찍은 아저씨는 조명 디자이너였는데 영어를 잘했다. 패션디자이너도 그렇고 평소에 공부하면서 늘 준비한 듯이. 아저씨는 한번 붙잡고 놔 주지 않았지만, 어리든지 나이가 많든지 상관 않고 늘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본받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작품도 잘했다. 매니저까지 있었다는^^ 처음에 아카데미정글에서 소식이 왔을 때만 해도 디자인 페스타 라는 것이 뭔지 잘 몰랐다. 후에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곳인지 알아볼 때에도 홈페이지 디자인이 너무 산만해서 디자인 성향이 많이 다른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축제에 참여하자 이런 생각들은 완전히 반대로 바뀌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축제의 놀이 공간에 온 느낌이랄까? 나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귀여운 버섯마을 사람이 해주는 공주 수여식을 지나 샤방 샤방한 느낌으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하루키의 포스 만만치 않은 재즈 밴드들의 노래에 취해 CD를 사며 나도 모르게 돈을 풀어주기도 하며, 변태 성향이 충만한 털 복숭이 뚱보 아저씨 옆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재밌게 컨셉 사진을 찍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게 모든게 한 발짝만 움직이면 달라지는 곳. 매번 즐거운 곳. 그곳이 바로 디자인 페스타인 것 같다. 굳이 한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면서 비즈니스와 놀이가 한 번에 움직이는 거다. 작년, 프랑스 문화원 원장님이 그러셨다. 우리가 문화를 공부하고 만들어 가면서 가져야 할 것은 바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모든 문화와 예술이 같으면 다툴 일은 없겠지만, 결국엔 발전도 없이 제자리에서 돌다 퇴화될 뿐이라고.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돌아다니지 않아도 서로 자극받고 인정할 수 있는 곳이 축제의 이곳이 아닐까? 어제 나도 디자인 재료들을 사러 가면서 다음 페스타에 한번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여행 갈 때만 해도 일본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두꺼운 책만 넣어 갔는데 반도 못 읽고 온 걸 보면 이번 경험은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강한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신 아카데미정글 측에 정말 감사드리며, 이 글을 보고 있는 정글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직접 참여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 열심히 작업한 당신~ 떠나라!!^^* / 2008. 12. 3 ※ 이번 “東京, 세 명의 디자이너가 남긴 흔적을 엿보다.”는 앞으로 3주간 시리즈로 업데이트가 될 예정입니다. 곽수경님에 이어 다음 주는 김아영님의 흔적을 엿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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