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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된 기분으로

- 올드독 작가 정우열

"정우열"
까탈스러운 불평쟁이 올드독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 정우열은 올드독과 달C의 중간 그 어딘가에 있는 다른 인물이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주문한 녹차빙수가 ‘오염’되기 전에 맛보라고 기자에게 권해주고, 지나가는 강아지와 아기들 하나하나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그는 삶의 순간들을 시간을 들여 음미하는 생활만화가였다. 때로는 냉소적인 올드독이 되어 자신을 가감 없이 평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작가의 목소리로 작업 방식과 원칙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내 말이!”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올드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런 좋은 만화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 이소연




딱 먹기 좋게 만들어서 입에 넣어 주는 데는 없는 것 같다

올드독의 모델인 곰비는 아직 살아있나요?
놀랍게도 아직 살아있어요. 17년 되었죠. 작년부터 오늘 내일 하는데. 시름시름 앓는 게 아니고.. 이 개는 아직도 츄바카 같이 북실한데 만져보면 뼈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가 빠졌어요. 잘 뛰어다니고 잘 노는데, 눈이 잘 안보이는 것 같고 귀도 잘 안 들리는거 같아요. 그리고 가끔 쓰러지고, 계단 같은 데서 굴러 떨어지고.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거니까..

원래는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려고 했는데 떨어졌어요. 영화를 보러나 다녔지 공부는 안 했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영화하겠다는 걸 반대는 안 하셨는데 철학이나 문학을 해야 영화를 더 잘 만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희 아버지가 말빨이 좀 되시거든요. 거기 넘어가서 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나름 회유책이 아니었을까요?(웃음) 그럴지도 몰라요.

실제로 만화, 애니메이션 쪽으로 나가니까 뭐라고 안 하셨나요?
학교 때 시위 나가고 하니까, 올A를 받아도 될까 말깐데 그런걸 해서 어떡하냐 하셨어요. 그런데, 복학하면서 학보에 그린 만화들을 신문사에 보냈는데, 그 중 몇 군데서 연락이 와서 주간지에 나가게 되었어요. 신문에 나가니까 그때부터 아버지께서 조용해 지셨죠.

시사주간지 하시다가 힘들게 그만둬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고..
힘든 건 아닌데 시사만화보다 재미있는걸 하고 싶었거든요. 주간지니까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데 그걸로 한 달을 먹고 살만큼 되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만두지 못하고 오랫동안 했어요. 주간지들에는 야한기사들이 있거든요. 그런 기사 삽화를 그리는 게 너무 싫어서 못하겠다 했더니, 그럼 시사만화도 더 이상 못 준다 해서, 잘됐다 이쯤에서 그만두자 했죠.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가 올드독을 그리게 되었죠. 마침 전세가 내려서 보증금을 빼서 그거 까먹으면서 만화를 계속 그렸어요. 블로그는 누가 돈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가, 부천영화제 갔다 온 만화를 그렸는데 영화제 홈페이지에 있는 링크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오면서 알려졌죠.

만화를 보면 가부장적인 것을 안 좋아하고, 여성작가인 줄 알 정도로 여자들 입장을 잘 이해하는 부분이 많으신 것 같거든요.
예. 남자들보다 여자들하고 더 잘 놀았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도 선배들이 놀렸어요. 여동생하고 나이가 두 살 차이가 나는데 어쩌다 보니 학교를 같은 학년으로 다녔거든요. 여동생이랑 친하게 지내서 그런 영향도 있어요. 일단 관심사가 스포츠를 하는 건 좋아해도 보는 건 안 좋아하거든요. 오히려 영화 드라마 보는 거 좋아하구요. 남자들하고 별로 공감대가 없어서인지 남자친구들이 있긴 한데 그 수가 적고, 그 친구들도 아주 남성적이진 않아요. 여자들이 문화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여자들이랑 더 잘 어울렸어요.

여성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악동 사내아이같은 내용들도 보여요. 친구한테 채변봉투 건넨 에피소드라든가. 추성훈 편 보면 올드독이 추성훈 따라서 배게로 엎어치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자들은 대개 그런 액션장면들 많이 따라하잖아요.
지금도 개를 데리고 엎어치기 하는 장난하고 그래요. 원래 장난치는 거 좋아해요. 장난이 너무 심해서 친구들이 화내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어떻게 장난인가 싶은데, 중학교 때 친구를 들어서 벽에 던져서 친구가 얼굴이 붓기도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가서는 그런 장난은 안하고 신발 감추는 정도의 온건한 장난만 쳤어요.

세종대 관련 부설기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신 거에요?
세종대 평생교육원 안에 1년짜리 만화 애니메이션 과정이 있었거든요. 이현세, 이두호 이런 분들께서 강의하셨죠. 저는 만화 같은 걸 직접 배워본 적이 없어서 항상 배우고 싶었거든요. 근데, 들어가봤더니 배우는 게 별로 없는 거에요. 그래서 6개월만 하고 그만두고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영화아카데미는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교육기관이니까 거기선 뭘 배우겠지 했는데 거기도 마찬가지였어요. 학교라는 곳의 속성이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가보면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도 많이 해야 하고…

영화아카데미 나온 사람들 중에 다시 유학 가는 사람도 많아요. 사람들이 항상 어딘가에서는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곳이 있겠지 하고 계속 공부를 하는데, 어디나 학교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기능들을 익히고 나머지는 자기가 다 쌓아나가야 하는 게 창작인데, 무언가 창작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첨에 세종대에서 ‘어 이게 아닌데’ 하고는 영화아카데미 들어가서 ‘아~ 그런 게 없구나’했죠. 영화아카데미에 프랑스 유학을 다녀오신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께서도 ‘유학도 마찬가지다. 가방 끈만 늘려봤자 소용없다.’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저는 영화감독 중에 박찬욱 감독을 제일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도 대학교 졸업 후에 영화 따로 배운 적 없고, 봉준호 감독도 영화아카데미를 나오긴 했지만 석사나 유학 같은 건 안 했잖아요. 김기덕 감독도 마찬가지고. 그분은 대학도 안 나왔지 않나요? 그래서 학교라는 게 그런 곳이 아니구나…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건 아닌데요. 그렇게 딱 먹기 좋게 만들어서 입에 넣어 주는 데는 없는 것 같아요. 정글에선 해주나요? (웃음)


글을 쓸 때는 하루키가 된 기분으로

원래 영화를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고등학교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관심은 있지만 영화를 그냥 좋아하는 거죠. 기회가 되면 시나리오 같은 건 써보고 싶어요. 짧은 만화만 하다 보니까 긴 걸 잘 못하는 거 같아요.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긴 이야기, 그것이 만화에 적합하다면 만화로 그릴 것이고, 영화에 적합하다면 영화를 하시는 분한테 맡길 수도 있고, 어떤 형태가 되든지 호흡이 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주간 연재 같은 건, 물잔으로 치면 요만큼 채우고 따르고 요만큼 채우고 따르고 하는 식인데, 영화 하시는 분들은 1년에 한 편, 2년에 한 편, 꾸준히 준비해서 한꺼번에 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저도 호흡이 길게 장기간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물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지금은 주간 연재 같은 건 안하고 있죠. 그래서 생활이 어려워요. (웃음) 어려운데 버티는 데까지 버텨 보려구요.

처음부터 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니라 짧은 연재들을 많이 하시다 보니 그런 욕구가 커진 거로군요.
작년, 재작년은 주간단위의 연재를 3개씩 했거든요. 그러면 이틀에 한 개씩 해야 하는데 그것뿐 아니라 일러스트 의뢰, 단행본 삽화…. 일이 너무 많았어요. 첨에는 그냥 영화보고 TV보고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까 치여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고, 일이 많으니까 약속을 못 지켜서 신용도 많이 잃고… 그래서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긴 호흡으로 해야겠다.’하는 생각이에요.

초창기 올드독에는 글이 길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그보다는 어떤 상황을 딱 캐치해서 형상화 하는 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말하자면 동시에 생각이 드는 것인가요?
동시에는 아니고 적어놔요. 아까 같이 얘기하던 거 핸드폰에 메모해놨잖아요. 그렇게 적어놓고 나면, 얘네가 묵어가지고 어떤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때가 있어요.

안 그래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올드독 만화에 보면 믹 재거가 했다는 말이라든가... 하는 인용구들은 그때 그때 메모를 해 놓으시는 편인가요?
그런 것들은 지나가면서 듣고 나중에 찾아보는 편이에요. 근데 찾아봤는데 전혀 그런 말 한 적 없는 경우도 많아요. 아, 쫌 해줬으면 좋겠는데, 여기서 그 말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안 한 거에요 그 말을. 그러면 곤란하죠.

“습관이라는 작자는 참 눈치도 없지”같은 통찰력이 있으면서 위트가 넘치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그런 문장들은 만화를 그릴 때 생각이 나시는 건가요, 아니면 평소에 생각이 나실 때 적어 두시는가요?
얼핏 난 생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메모를 해놓고, 그림을 그리면서 다듬기도 하고… 한번에 되는 건 아니고요.. 저는 능력이 안되니까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글을 쓸 때는 하루키가 된 기분으로 쓰려고 해요. 하루키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블로그 덧글들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귀엽거나 사려 깊은 덧글들이나, 올드독 너무 질투난다고 살리에르의 심정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이런 부츠 찾아주세요.”라고 선생님이 올린 포스트에 금방금방 독자들이 찾아서 덧글로 올려주시기도 하고.. 독자들 반응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건 없나요?
덧글을 다 보긴 하는데, 같은 매거진T에 연재하는 루나파크나 익종 같은 분들에 비하면, 덧글이나 메일도 적은 편이라서 큰 에피소드는 없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 가부장적인 것들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만화에 들어가면 누가 공감을 할까 싶었는데 공감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좀 의외였어요. 그런데 역시 그 숫자가 그렇게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제 만화가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기호가 다르다 보니 큰 인기를 얻을 만한 만화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좋게 해석하면 그렇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가 스스로 제 만화는 문화적이니까 문화적인 거 모르는 분들은 이해를 못한다고는 말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올드독을 은근히 싸가지 없는 캐릭터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TV감상실, 영화노트, 고충상담실… 여러 가지 시리즈들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는 어떤 것인가요?
고충상담실이 제일 애착이 가요. TV감상실나 영화노트는 남의 창작물을 보고 거기다가 말을 보태는 거잖아요. 그것들은 온전한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감상문 같은 것이고, 고충상담실은 ‘저의’ 창작물이죠.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만화에요. 4컷 만화가 주는 리듬 같은 것을 좋아해요. 처음에 고충 상담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소한 고민들, 얘기로 하면 재미있는 그 고민들을 어떻게 만화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한 것이죠. 고민이라는 형태로 틀을 짜서 상담을 해주긴 하는데, 상담하는 척하면서 농담을 하거나, 문제만 벌려놓고 대충 개그로 수습하고 끝내거나 이렇게 해보자 한 거에요.

제 만화 중에 제일 반응이 좋은 건 생활만화하고 TV감상실이에요. 아는 얘기하고 쉬운 얘기를 해야 좋아하고 반응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노트는 영화를 봐야 하니까 좀 반응이 적고, 고충상담실은 만화에 관심 없거나 웹툰만 보시는 분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고충상담실을 좋아해요.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캐릭터들 옷도 신경 써서 그리죠. (웃음) 동물도 저번에는 개를 그렸으면 이번에는 고양이나 곰이나.. 이 고민에는 어떤 동물이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그리는데 불행히도 큰 인기는 없고, 소수의 분들만 좋아하세요.

고등학교 때 영화과를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시절에 특별히 좋아하신 영화는요?
사실 어릴 때 주말의 명화는 봤지만 극장은 거의 안 갔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 쫓아서 간 극장에서 왕조현이랑 주윤발이 나오는 의개운천을 봤어요. 그 영화가 너무 좋아서 그 배우들이 나온 영화를 보러 다니다가 극장주인이 되어서 실컷 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로드쇼 같은 잡지들 보면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도 있구나 한 거죠. 오우삼, 서극 같은 홍콩영화 감독들 좋아하다가, 잡지들에서 알려주는 고전영화 같은 거 찾아서 보고.. 프랑소와 트뤼포, 이런 거 보긴 봤는데 뭔지 모르고 보고…(웃음) 좋아한 영화는 리차드 도너의 액션영화 같은 거였어요. 요새는 좋아하는 감독이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 감독 중에는 박찬욱감독을 제일 좋아하고. 외국에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랑, 왕가위감독은 좋을 때도 있고 별로일 때도 있고, 오즈 야스지로랑 구로자와 아키라 같은 일본 옛날 감독들. 타란티노 영화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리고 미카엘 하네케.

미카엘 하네케에서 헉. 의왼데? 하게 되네요.
미카엘 하네케 같은 영화도 좋아하고 로만 폴란스키 같은 것도 좋고.. 영화라는 매체에 익숙해지니까 좋아하는 폭이 넓어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분야도 이렇겠구나…싶어요. 한 영화나 감독을 꼽으라고 하면 저는 타란티노 같은 거 하고 싶어요. 약간 맛이 간 것 같고, 농담도 심하게 하고, 노골적으로 패러디하고.. 저는 <킬빌 2>의 첫 장면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우마 서먼이 달리면서 입으로 1편을 요약해요. 요새는 그렇게 전편을 요약하는 거 잘 안 하잖아요. 아니면 은근히 대화에서 드러나게 하는데 어색하고.. 그런 것에 대한 패러디인 거죠. 그리고, CSI중 시즌5 마지막 회를 타란티노가 연출한 것도 좋았거든요. 타란티노의 장점은 대치하고 있을 때 위협을 가해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 심장을 쪼이는 그런…영어라 생각이 안 나네. 아. 서스펜스. 그런 서스펜스 있는 장면들이 좋아요.

올드독 만화랑 킬빌이랑 매치는 잘 안되네요. (웃음)
음.. 독자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이미지랑 제가 의도했던 것이랑은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정글의 강좌도 ‘소심한’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데 저는 올드독이 소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근데 누가 소심하다고 붙이니까 다른 분들은 그 기사를 보고 소심하다고 하죠. 은근히 싸가지 없는 캐릭터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소심하다거나 참 따뜻한 만화라는 얘기들을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뭘 하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 같은 걸 깔고는 있지만, 그걸 겉으로 말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영화든 뭐든 겉으로 따뜻함을 표방하는 건 싫어해서 냉소를 하는 편인데, 그걸 보고 따뜻하다 하시니 의외기도 하고 조심스러워지기도 해요. 어쨌든, 공은 넘어간 거니까 해석하시는 건 독자들 몫이죠.


내 그림이 지금보다 좀 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카툰을 보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독특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드라마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다른 이야기를 위한 화두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요.
어떤 때는 그걸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수습이 안 되어서 딴 데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적어놨는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가 뭔가를 보면서 아~ 이거랑 연결시키면 얘기하기 쉽겠다 이런 경우도 있고… 저는 보통 만화가랑 달리 글로 써놓거든요. 아, 글이 먼저로군요. 예. 그 다음에 그림으로 옮기면서 고치곤 하는데 단락단락 써놓고 있다 보면, 영화 편집하는 것처럼 각각의 것들이 첨에는 이 두 개가 붙어있다가 나중에는 다른 것과 붙어버리기도 하죠. 사실 일기 만화 같지만 일기는 아니에요. “가로수길에 갔다 왔다” 이렇게 포스트를 올리면 사람들이, “아니 왜 가로수길에 왔는데 연락 안했냐.” 그러는데 사실은 그게 2주 전에 갔다 온 거고..

그림스타일이 초창기랑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지금의 형태가 잡힌 것은 언제쯤인가요?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시사만화 때는 오래된 방식의 아저씨 그림체이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안 들지만, 그 판에서는 잘 그렸다는 게 그런 방식이라서 따라 그렸죠. 올드독 하면서는 커피나 케잌 얘기하고 그러는데 그림도 좀 산뜻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인 같은 데 관심 많아서, 뭐가 좋은지는 알겠는데 그냥 따라 할 순 없고 이렇게 저렇게 그리다가 어정쩡한 형태로 시작한 거죠.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긴 했는데, 너무 다듬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해요. 지금보다는 좀더 낙서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는데, 원래 시사만화 그림체를 가지고 있다가 억지로 하려다 보니까 그림이 자꾸 다듬어진 형태로 바뀌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조금 더 흐트러졌으면 좋겠어요. 긴 스토리 만화를 하게 되면 지금의 그림체 말고, 극화에 어울리는 그림이 필요할거 같은데 그게 뭔지는 아직 못 찾았어요.

바닐라 플레이버도 그렇고, 고충상담실도 그렇고 포맷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포맷은 어떨까” 하는 아이템이 많으신가요?
많진 않구요. 그 전에 시사만화를 하는 동안에는 이런 만화에 대한 욕구가 쌓여있고 할 말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할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림체나 포맷 같은 것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는 해본 것 같아요. 아쉬운 건 바닐라 플레이버에요. 단기간 연재되고 재미없다고 짤려서 더 하질 못했는데 제가 봐도 재미없어요. 대개 만화는 칸이 크고 작고 변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칸은 일정하게 절제하면서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게 바닐라 플레이버라는 아홉 칸짜리 만화였는데, 거기에 뭘 녹여 내는 게 어렵더라구요. 그 때는 그 형식의 한계 같은 걸 잘 몰라서.. 강풀의 만화는 칸없는 웹툰 형식인데 스토리 만화잖아요. 그런 칸없는 형식과 칸있는 만화를 섞어서 해보고 싶어요.

웹을 벗어난 다른 형식을 생각해보신 적은 없나요?
웹을 벗어나고 싶진 않아요. 웹이 좋아요. 제가 그린대로 바로 올라가고, 편집자의 손을 따로 거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저절로 알아서 멀리 퍼져나가잖아요.

올드독 그리실 때는 출판을 염두에 두신 건 아니죠?
출판을 염두에 두었어요. 시사만화가 싫었던 이유가 단기적인 일들을 계속 다루는 거라서 지나고 나면 그 만화가 좋은 만화였더라도 의미가 퇴색되고, 묶어서 책으로 만들었을 때 과거의 일밖에 안 되다는 게 좀 그랬어요. 박재동 화백 같이 잘하시는 분은 시사만화로 책도 내지만, 저 같은 피래미 작가는 백 날 해도 책을 못 내겠더라구요. 그래서 책이 될 수 있는 만화를 해보자 해서 시작한 거에요.

제가 스노우캣을 잘은 모르지만, 그분은 아마 어떻게 저떻게 하다가 오늘날까지 이르신 거겠죠? 그런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시작한 거에요. 그래서 스노우캣도 제 만화 선생님이에요. 스노우캣이 없었다면 제가 올드독 같은 만화를 먼저 생각해내진 못했을 거 같아요. 스노우캣이나 마린블루스 같은 앞서간 웹툰 작가들이 있으니까 제가 있을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출판도 염두에 두었고, 다이어리 같은 캐릭터 사업도 생각한 거죠. 이런 얘기 하면 사람들이 실망하거든요. (웃음) 자연스러운 작가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실은 계산된 그런 거였다고.. 아무튼, 그건 계산된 거 맞아요. 기획을 한 거죠.

그게 보증금 빼서 연명하던 시기인 거죠? 그럼,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버티신 거잖아요? 힘들진 않으셨어요?
많이 힘들었죠. 시사만화를 도로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 시사만화 할 때도 시간이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일주일에 3~4일은 일을 안하고 놀러 다니는데 썼으니까 그 시간에 해도 되는데, 절실하지가 않으니까 잘 안 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힘든 시간이 길진 않았어요. 3월에 시사만화를 그만두고 나서 첫 연재 제의를 받은 게 6~7월이니까요.

그 당시에 제일 힘든 게 어떤 거였나요?
음.. 시사만화는 사실 독자를 상대하는 만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정치인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편으로는 편집데스크를 대상으로 삼아서 그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만화인 것 같아요. 독자의 생활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다른 거시적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 만화에 대해서 비판이 있어도, 예를 들면 제가 정치적인 이념을 투사해서 어떤 그림을 그렸을 때 반대파에서 공격을 받죠. 근데 그건 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는 시각 차이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 욕은 아무리 먹어도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TV를 보고 그린 만화에 대한 덧글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한 거에요. 그리고 뭐가 좋다고 얘기했을 때 욕하는 사람은 없지만, 뭔가 싫다고 말했을 때는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딴지를 걸어요. 매거진 T에서는 작가가 참여해서 같이 논쟁하는 걸 권장했어요. 근데 저는 작가는 만화로 말해야지 같이 들어가서 얘기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번은 드라마 욕했다가 욕먹고, 한번은 옹호했다가 욕먹고… 욕을 먹어서 상처를 받은 게 아니라 만화라는 것이 재반박을 할 수 없는 매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만화로는 논쟁이 불가능하다. 논쟁이 되지 않는 방식을 택하자. 그랬어요. 그게 좀 힘들었어요.


나는 신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그리는 것

정글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건 어떠세요?
일단, 첨에는 8강 들으러 이십 몇 만원씩 내고 오시는 분들이면 ‘이걸로 내가 꼭 만화를 하겠다’ 그런 분들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여쭤봤더니 취미라는 거에요. 그래서 ‘이 분들을 만화가로 이끌어야겠다’하는 처음에 가졌던 막중한 무게는 좀 덜었는데,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들으실 만한 강의인가 아직 자신 있진 않아요. 워크샵 이후에 계속 만화를 그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안 하시는 분들이 더 많죠. 그렇지만 가능하면 워크샵을 듣고 난 후 꼭 직업으로서 하지 않더라도 달라지거나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요.

제가 수업 시간에 하는 게 그거거든요. 여러분들이 생활 속에서 겪은 일들을 친구나 부모님한테 가서 얘기하는 거, 그 얘기를 만화로 하는 거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가 하기 쉬운 형태, 그림이면 그림, 낙서면 낙서, 글이 편하면 글로, 친구한테 말로 하듯이 그걸 써와라. 그런 다음에 그걸 만화로 바꾸는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계속 블로그 같은 데에 꾸준히 올리시는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원래 좀 하시던 분들은 계속 이어나가시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도와드릴 때는 하는데 계속 하진 못하시는 거 같아요. 고걸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죠. 올드독 카툰 워크샵 1기 학생들은 사이가 좋아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테마를 정해서 무언가를 하시더라구요. 다들 생활이 바쁘고 하니까 그런 모임들이 꼭 잘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거나 그분들의 여가를 좀 더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강의. 그게 목표에요. 목표라기 보다는 과제죠. 저의.

좋아하는 만화가는 어떤 분들인가요?
좋아하는 만화가는 김수정. 루나파크. 양영순 초기작.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유시진. 순정만화를 예전에 좀 좋아했거든요. 외국은 많은데.. <기생수>, <멋지다 마사루>, 체스터 브라운. 안노 모요코. 안노 모요코는 결혼하고 나서는 작품이 뜸하고 그전만큼 좋진 않은데, <섹스 & 더 시티>나 <브리짓 존스> 같은 풍이고 그림이 좀 야해요. 성적인 묘사도 적나라하고. 저는 순정만화가 좀더 좋다고 생각하는 게, 남자 만화가들이 좀더 밝은 만화를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있는 분들은 대개 소설가들과 시인들이 수 십 년 동안 해오던 어두운 정서를 그리는 데에 몰두하시는 것 같거든요. 마초적인 내용도 너무 많고.. 꼭 가난이나 시골, 우울 같은 게 아니더라도 그릴 수 있는 게 많잖아요.

선생님께서는 학생운동과 시사만화도 하셨고, 지금도 그 영향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만화에 있어서는 가볍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군요. 올드독만 봐도 무거운 걸 그려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도 없으신 거 같고요.
오히려 무거운 걸 그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죠. 학창 시절 시위 같은 걸 할 때에도 옷을 좀 예쁘게들 입고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했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문제지, 있다면 레스토랑 가서 하다못해 함박스테이크도 먹고 말예요. 투쟁하는 것은 사실 신념의 문제지 당장에 공산주의를 할 것도 아니고… 제가 정치적, 철학적인 신념이나 생각이 변해서 그런 것 같진 않고, 신념을 표현하기 적절한 형태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저는 신념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활을 그리는 거죠.

예를 들면 박찬욱 감독이 진보신당의 당원이라고 해서 영화를 그런 내용으로 만들지는 않잖아요. 그런 영향이 은연 중에 묻어나지만 영화는 영화죠. 영화를 정치선전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역효과인 것 같고,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신념을 다른 자리에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한 방식인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촛불시위 나갔더니 문소리씨가 나와서 연설하시던데, 그렇다고 문소리씨가 드라마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서로 다른 영역의 일인 것 같아요.


지향은 저 멀리 낙원에 두고 있지만
거기까지 아직 못 갔으니까 냉소하는 것.

올드독은 소심하다기 보다는 불같고 아줌마 같은 면이 있는 거 같아요.
그렇죠. 남자같다기보다는 아줌마 같은 면이 있죠.

<올드독>에서는 올드독이 불같고 달C는 상반된 캐릭터로 나오죠. 그런데 <바닐라 플레이버>에서는 거꾸로 달C가 전전긍긍하고 올드독이 냉소적인 말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내부의 성격을 둘로 나눠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건가요?
그렇죠. 혼잣말을 하면 이상하니까 대화를 주고받을 사람이 필요한데, 원래 올드독이 촐싹대면 달C가 냉소적이게 말하려고 했으나, 둘 다 제 안에서 나온 캐릭터인 고로 미숙해서 분리가 안되고 혼재되어 있는 거 같아요. <올드독>을 보시는 분들께서 많이 하시는 질문이 ‘같이 사는 그분은 누구냐’인데 그건 어떤 때는 친구인 경우도 있고, 혼자 생각한 걸 두 사람으로 나눠서 하는 것이기도 하고..

저는 그 두 캐릭터가 서로 다른 누구라기 보다는, 본인 자신의 불 같은 면이 창피하거나 민망할 때 물을 한번 끼얹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안전장치 같은 건데, 올드독이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거나 건방을 떨 때가 있잖아요. 그런 채로 끝나면 그건 그냥 건방이지만, 그걸 작가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죠. <올드독>만화 형식은 실은 <섹스&더시티>를 보고 따라 한 거에요. 캐리가 글을 쓰면서 나래이션을 하잖아요. 남자는 이렇고, 연애는 이렇고, 성이란 이렇고..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고 항상 제일 많이 실수를 하잖아요. 바람도 피고.. 저는 캐리가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수를 하기 때문에 위화감이 없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이 올드독 캐릭터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빈틈이 있어야 재수없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역할을 달C한테 맡겼어요. 독자가 할 욕을 미리 하는 거죠.

아까 <올드독>만화가 따뜻하다고 보는 시선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지만, 올드독이 냉소적인 투로 말하는데 비해 실제로는 허술하고, <사랑과 야망>에 관한 TV감상실에서 쓰신 “서글픔이란 가가호호 납부하는 주민세 같은 존재인걸까”라는 문장을 봐도 그렇고, 인간에 대해서 너도 나도 우린 모두 그런 존재라는 연민이랄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어요. 나이 먹으니까 그런 거에 약해지는 것 같아요. 그건 아마 어린 사람들은 잘 모를 거 같아요. 옳고 그른 문제를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너도 나이 먹어봐라 이런 것도 아니고요. 전 그 말 싫어하거든요. 제가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도 옳은 것 같고, 나이 먹어서 바뀐 부분도 괜찮은 것 같아요. 문제는 너무 이런 쪽으로 치우쳐서, 제 만화가 젊은 사람들한테 안 먹히면 곤란하잖아요. (웃음) 그래서 경계는 하고 있는데, 나이 먹으면서 약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만화에도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냉소라는 것도 일종의 비겁한, 음.. 어떤 곳에 희망을 걸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으니까 포기하는 척하는 태도잖아요. 그래서 냉소 안에도 무엇에 대한 기대가 들어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성공보다는 실패나 패배를 많이 하니까 그렇게 냉소하게 되는 건데, 세상이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무시하고 잘 될 거라고 따뜻하게 그리는 영화나 소설, 만화가 저는 오히려 덜 인간적이고 진정성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향은 분명히 저기 어딘가 낙원에 두고 있지만 거기까지 아직 못 갔으니까 냉소를 하는 것. 그런 냉소는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만화뿐만 아니라. 다.

올드독으로 알려지고 활동하신 지 4년 정도 되신 거죠. 그러면 뒤돌아서 생각할 때 어느 정도 생각했던 것만큼 하셨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예. 처음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더 잘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봐 주시고, 연재도 여러 군데 하고, 책도 내고... 그렇지만 작년, 재작년에는 연재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에 오히려 치이고, 다음에 하려고 했던 것들을 못하게 되고.. 그래서 지금까지 평균을 내자면 퍽 좋은 성적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호흡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한 지도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여태 못하고 있으니까 약간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도 시사만화를 할 때는 7년을 했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올드독은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아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요. 누군가 만났을 때, “이분이 올드독이야”하고 소개를 해주면, 그쪽에서 “올드독이 뭔데?” 이런 적이 훨씬 많긴 하죠(웃음) 어쨌든 이만큼이라도 된 것에 대해서 누구한테인지 모르지만 감사를 하고 있어요.

그럼 당장의 목표는 우선 호흡이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요? 그보다 좀 더 먼 목표가 있다면요?
긴 이야기를 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호흡이 긴 얘기를 잘하면 그걸로 오케이! 호흡이 긴 이야기를 하면 하나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계속 새로운 긴 이야기를 발표하면 되겠죠. 그것만 잘되면 놀 때도 죄책감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놀면서도 ‘그거 해야 하는데.. 놀고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러거든요. 긴 이야기만 잘되면 만사 오케이.


/ 2008. 6. 12















































































































































































































정우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주간지에서 시사만화 연재를 하다 2004년부터 올드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매거진T, 씨네21 등에 연재를 했고,
단행본 “강아지와 할머니”, “올드독의 다이어리”, “올드독” 등을 출간하였다.
개뒤집기가 취미이며, 화초를 잘 죽이는 생활만화가이다.

올드독 블로그 : http://blog.naver.com/hh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