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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NEWS 2008-06-07

신참은 반짝반짝 빛난다

- 웹디자이너 홍혜린

"홍혜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끌려가던 <웹디자인 실무 프로젝트>의 진창 같은 스파르타 코스 속에서도 혜린은 혼자 눈을 빛내며 즐거워했다. 혜린에게는 모든 것이 재미있는 놀이인 것 같았다. 디자인도, 일상도, 주변도, 자기자신도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처럼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 이소연




혼자 일할 때 라디오를 들으면 그 사람과 너무 친해진 것 같아요.

요새도 다이어리 많이 써?
다이어리를 쓰긴 하는데 꾸며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어서. 한 달을 적어놓고 한 달마다 한꺼번에 해요. 너무 예쁘게 하고 싶어서. ㅋ 자기만족이죠. 해야 하는데 4월달 걸 아직 못썼어요. ㅋㅋㅋ

Herinism 사이트에 보니 마이너스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아, 그건 어디 블로그 같은 데서 본 말인데 그 후로 디자인할 때 지침처럼 새겼어요. “한 번을 생각해서 열 개를 하는 것보다 열 개를 생각해서 하나를 하는 디자인”. 생각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생각 없이 디자인하면 하다가 끊겨요. 전체를 생각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에 라디오가 포함되어 있던데, 라디오 많이 들어?
라디오 지금은 회사 다니니까 못 듣고 있는데, 옛날에는 정말 많이 들었어요. 집에서 일할 때 밤에도 라디오 듣고 그전 회사 다닐 때는 제가 틀어놓으면 다같이 듣고요. 낮에 시끄러운 프로보다 밤 프로가 좋아요. 라디오는 그 맛이 너무 좋아요. 혼자 일할 때 라디오를 들으면 교감하는 것처럼 그 사람과 너무 친해진 것 같아요. 아니, 나를 아무도 몰라, 그 사람은 나를 모르는데, 그냥 나 혼자 친해진 거 같아. ㅋㅋㅋ 정선희랑 성시경이랑. 라섹 수술하고 나서도 하루 종일 라디오만 들었어요.


잘한 거 같아요. 웹디자인 하기 잘했어요.

지금 다니는 프레임 아웃은 어때?
전에 다니던 제품디자인 회사에서는 디자인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으니까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체계가 있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사장님이 나이도 젊으시니까 편하게 대해주시고 신경 많이 써주시고 너무 좋으세요. 본부장님도 진짜 막 되게 좋으시잖아요. 직원들도 좋고.. 잘한 거 같아요, 웹디자인 하기 잘했어요.

신입으로 몇 개월 일한 소감이 어때?
지난 4월에 웹진을 서브를 맡아서 했는데 진짜 못했어요. 그래서, 누가 한 것 좀 보여달라고 하면 나 한 거 없다고 ㅋㅋㅋ. 잘 몰라서, 원래 계속 해오던 웹진이니까 기존에 나온 디자인 비슷하게 하고 폰트도 스타일도 같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마지막에 이틀 남겨놓고 다시 다 해라 비상이 걸린 거에요. 일정상 제가 혼자서 다 할 수가 없어서 디자이너들한테 찢어 줬어요. 진짜 많이 속상하더라구요. 제가 한걸 다 엎어야 하니까. 저한테 누가 뭐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다시 한다는 게 진짜 속상한 거예요.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 공 많이 들여서 괜찮게 만들었어요. 웹진. 재밌단 말야.

뭐가 재미있는데?
스타일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다른 사람이 쓴 스타일에 맞춰서 해야 되는 줄 알고 거기에 얽매였다가 실패했던 거에요. 첫 달엔 진짜 엉망이었어요. 다 글이잖아요. 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했는데 이번에는 ‘아 이렇게 뽑아서 쓰면 되겠어’ 하는 게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엔 웹진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웹진은 디자인이 위주라기 보다는 컨텐츠 위주니까 그것도 많이 참여했다고 할 수 있…으…까? ㅋ

디자인이 욕심 난다고 한 게 그런 거구나?
막 하고 싶긴 한데 아직은 내가 해 놓고 실망할 거 같기도 해요. 천천히 하면 될 거 같아요. 점점 보는 눈도 생기지 않을까.

웹디자인 실무 프로젝트 교육 받을 때랑 달리, 실무에서 일하니까 ‘아, 이게 진짜 실무구나 하는 건 없어?’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구요. 아,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어요. 플래시 팀에 어떤 작업을 당일 날 넘겨줘야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간단한 플래시 작업이라서 내가 바꿔도 될 것 같은데 나한테는 작업파일이 없으니까 한 장 한 장 다 뜯어서 넘겨줘야 했어요. 글자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건데 제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해야 하니까 답답하죠. 웹 실무 프로젝트 교육받을 때는 디자인, 코딩부터 플래시까지 다했잖아요. 그래서 하나를 완성시킨다는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여기에서는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한다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야근하면서 새벽공기를 마시니 상쾌하다고 했잖아. 나는 미친 거 아닌가 싶었다. (웃음)
회사 들어와서 2달 정도의 삶이 너무 평탄했어요. 처음에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았거든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에요. 그전의 삶과 너무 달리요. 아침에 출근하는 것도 6시만 되면 눈이 떠져서 아침에 할거 다하고 밥 다 먹고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또 여섯 시에 눈이 떠지고, 너무 여유로운 거에요. 그때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철야할 때 좋았어요. 아직까지는 좋아요.


웹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늘 해왔던 거니까

처음에는 제품디자인을 했었지?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광고 쪽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고, 그래픽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싶었는데 그 길은 당장 시작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뭔가 자리가 잡혔을 때 취미처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품디자인을 하게 된 건 텐바이텐 때문이에요. 디자인 제품 좋아했거든요. 그냥 지나가질 못하고 막 다 샀어요. ^-^ 아직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못할 것 같지만, 다이어리 표지나 꼴라쥬 같은 거 만들어! 하면 어떻게 하든 다 만들어낼 것 같은 거에요. 그래서 유명한 디자인 문구회사에 여러 군데 넣었는데 오라고 하지도 않았어요. 마땅한 포트폴리오가 없으니까 제가 낸 것들로는 승부를 낼 수 없는 거에요. 그 때 육심원에서 오라고 한 거죠. 혼자 육심원 사이트 만들고요, 속지 일러스트도 했어요. 거기서 일하는 동안 이 회사 오래 있으면 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 같기도 했어요. 윗 분들이 신임을 해주시니까.. 매장 오픈 해서 매대짜고 할 때면 모노폴리, 제토이 이런 데서 다 와요. 그러면 알려주세요. 저 사람이 모노폴리 사장이고, 저 사람이 어디 사장이고.. 하면서요. 그런데, 한계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내가 여기서 다 올라간다고 해도 갈 수 있는 데가 거기서 거기구나. 내가 여기서 1~2년하고 모노폴리를 간다 한들 얼마나 만족할까? 내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만족하지 못할 거 같았어요.

그런데 웹디자인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그래서 그만두고 웹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웹디자인은 한 켠에다 늘 두었거든요. ‘다 안 되면 웹디자인을 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웹디자인은 저에게는 직업이 아니라 항상 늘 해왔던 거니까요. 제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홈페이지를 만들 거야!”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작업 물을 올리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웹디자인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직업으로 생각하질 않았어요. 그건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죠.

쇼핑몰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쇼핑몰은 가면 3개월 있으나 6개월 있으나 똑같을 거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웹디자인 실무 프로젝트>모집공고를 본거에요. 내가 뽑힐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지원했어요.

면접 때가 기억이 나는데, 혜린이 표정이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 이런 표정이었어. 그래서 혜린이는 뽑아놓고도 걱정이었지. 그런데, 혜린이는 오히려 걱정과 달리 “코딩도 너무 재미있고, 플래시도 너무 재미있고. 너무 좋아요.” 이러는 거야. 웹실무가 너무 어려운 과정이니까 개강하고 한 2주일 동안 다른 사람들은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게 표정에 보이는데 말이지.
저는 이해가 안 되었어요. ‘사람들은 왜 불안하다고 할까. 나는 재미있는데. 배우는 것도 너무 좋고.’ 근데 다들 너무 심각한 거야. 저는 디자인을 할 때도 내가 왜 이렇게 못했지 이런 생각은 안 들었어요. 좋다고 느끼는걸 하고 있으니까요 이상한 거면 안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해놓고 너무 못했다고 하는 거에요. 자기 걸 만족 안 하는 거에요. 근데 지금은 좀 알 거 같아요. 보는 눈이 없었던 거죠. (웃음) 첨에 시작하고 잘 모르니까. 그냥 그럴싸하면 남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은 거라고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기가 해놓고도 넘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은 보면 ‘자기 건데.. 왜 저럴까. 뭐가 글케 맘에 안 든다는 거지??’


이 정도면 내가 잘하고 있어..라는 상태가 되고 싶은 것

일러스트레이터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거야?
그림은 계속 그리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은 해도 내가 만족을 못하니까 시간이 좀 지나면 디자인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그런 때가 오겠죠?
<웹디자인 실무 프로젝트> 팀 작업 할 때도 일러스트를 웹에 적용하려면 어떤 스타일로 해나갈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림은 그림이고 웹은 웹인데 그림을 웹에다 넣어야 하니까 한번 더 생각해야 하잖아요. 웹에 쓰일 만한 걸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림만 그렸으니까 모르겠더라구요. 일러스트를 할 때 디자인까지 생각해서 풀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대부분 일러스트가 위에 들어가고 밑에 메뉴 들어가고 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일러스트라는 요소를 레이아웃에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재능인데, 아직은 디자인에 적용시키는 게 부족해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은 것보다는 지금은 웹디자이너이고 그림은 플러스니까, 그걸로 성공도 하고 싶어요. 타이포그래피와 레이아웃. 이런 디자인 기본이 좋아요. 하얀 종이에 그냥 단순한 타이포그래피와 레이아웃으로 표현했는데 그게 너무 디자인적인 거, 그런 거 보면 너무 감동해요. 웹도 그래요.

그걸로 성공도 하고 싶으니까의 성공은 어떤 의미야?
좋은 회사보다는 내가 나한테 만족하고, 남들이 봤을 때 ‘잘했다’ 이런 정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스타디자이너가 되기보다는 내 디자인에 만족하고 남들이 감탄하면 좋겠어요. 저희 실장님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희 실장님은 웹에이전시 하나를 창업하고 다니시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디자인만 하는 분이세요. 금요일마다 저희 회사에 오셔서 같이 디자인팀 회의를 하시거든요. 저희 디자이너들끼리는 “저게 진짜 디자이너의 마지막 모습인 것 같다”라고 얘기하며 존경하죠.

저는 나중에 디렉터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한명수씨가 디자인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디자인만 시킨다고 하신 걸 읽은 적이 있어요, 디렉터 같은 걸 했을 때 디자인을 잃을 까봐 디자인만 시키는 거래요. 그게 그 사람한테는 정말 좋은 길이니까 잘하는 것만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저희 회사 실장님도 교외에 있는 집에서 머무르시며 디자인만 하세요. 실장님 디자인은 독특해요. 막 특이하고 그런 게 아니라 “어~ 이렇게도 풀 수 있구나” 하는 거에요. 요새는 디자인들이 비슷하잖아요. 이게 이거 같고, 저건 이걸 베낀 거 같고,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정도로요. 보통 웹사이트를 벤치마킹 하면 그 사이트랑 비슷하게 나오잖아요. 실장님은 웹이 아니라 다른 데서 아이디어를 찾으시는 거죠.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꿈은 현장과 거리가 있는 교수님을 보고 갖기 쉬운데 바로 옆에 계신 실무에 있는 분한테서 그런 꿈을 볼 수 있다니 참 좋다.
성격도 너무 좋으세요. 후배들한테 막 퍼주려고 하시고, 오실 때면 소스도 많이 주시려고 하고. 제가 신입이라고 많이 챙겨주세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지금 이 순간에 얘가 뭘 하면서 지낼까 이런 걸 궁금해 하면서 신경 써 주시죠. 그래서 실장님께서 오시는 금요일이 너무 좋아요. 가끔 안 오시는 날도 있는데, 그러면 토요일 날 뭔가 이상해요. 뭔가 빠진 것 같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장님이 안 오신 거에요. (웃음) 실장님과 회의를 한 금요일이면 저희들은 그 시간만큼은 “아, 우리가 디자이너였어. 우리에게도 꿈이 있었지.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해요.

어려운 과정을 배울 때면 나이가 있는 학생들은 ‘이걸 이 짧은 시간에 소화를 다 못하겠는데 난 어쩌란 말이냐’ 하는 마음이 있는데, 혜린이는 ‘난 지금 배워가고 있는 중이니까 어려워도 언젠가 할거야. 너무 재미있네.’ 하면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것 같더라고. 나는 혜린이가 어리고 성격이 낙천적이라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오늘 그 동안 고민한 이야기들 들어보니, 본인이 이것 저것 시도하고 부족한 게 뭔지 느꼈으니까 그걸 채워가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좋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처음에 일러스트레이터 할 때도 한계를 많이 느낀 게 레이아웃 디자인 이런 걸 알아야지 배경을 넣을 수 있는 거에요. 이건 내가 미술학원을 다닌다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시간들도 무엇이든 조합을 해서 멋진 것으로 만들어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 같아요. 웹디자이너 하는 것도 좋고 포털 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내가 내 디자인에 만족할 수 있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나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내가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

/ 2008. 6. 10












































































































홍혜린

아카데미정글의 <웹디자인 실무 프로젝트>를 수료하고, 웹에이전시 프레임아웃의 신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초콜릿에 탐닉하고 토이카메라와 아이팟을 달고 살며 지름신이 수시로 강림하신단다.

개인사이트 : http://www.herinis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