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니 서체 만들던 일이 맞는 것 같더군요
현재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계십니다. 수석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
인가요?
주 역할은 서체디자인을 총괄하여 디자인기획, 개발, 검수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 교육, 대외 디자인 교육도 제 일의 한 부분입니다.
폰트디자이너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 때 서체개발회사에 인턴쉽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졸업 뒤 하고 싶은 광고회사에 뛰어들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더군요. 뒤돌아보니 서체 만들던 일이 맞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우리나라 서체회사 리스트를 만들어 접촉하기로 하고 제일먼저 산돌의 문을 두드렸는데 바로 들어오게 된 뒤로 쭉 해오게 되었습니다. 하고 보니 참 재미있어요. 보람도 있구요.
많게는 11,172자 적게는 2,350자를
균형을 잃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력과 근성이 필요하지요.
현실적인 부분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직업으로써 폰트디자이너의 고충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화려한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검정색과 흰 바탕과의 싸움, 많게는 11,172자 적게는 2,350자를 균형을 잃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력과 근성이 필요하지요.
서체는 프로그램 기술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기술의 변화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어쩔 땐 디자이너라기 보다 엔지니어가 될 때도 많지요. 하지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반영구적으로 디자인 생명이 길지요. 내 후배들, 자식들까지 쓰게 되지요. 유산으로 남겨줄 수 도 있구요. 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큽니다. 거리환경, 문서, 공공성 등을 살펴볼 때 자랑스런 한글을 디자인했다라는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산돌의 대부분 서체가 선생님의 손을 거쳤지만, 선생님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거의 모든 작업과 크게 작게 관련되어 왔죠. 대표적인 것만 말하자면 초장기엔 조선일보, MS, 삼성, 현대카드, 중앙일보 등이 있고, 최근에는 옥션, 네이버, 인터파크, 서울서체 화면용, 등을 말할 수 있겠네요. 현재 인쇄공용서체(바른체)와 제주도 전용서체도 완성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일단 삼성 프로젝트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장 오랜 기간 붙들고 있었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고. 그리고 중앙일보도 기억에 남습니다. 중앙일보 디자인 연구소가 생겨서 그곳과 협업을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중앙일보 브랜드의 디자인적 연구는 그쪽에서 조언을 해주고 우린 거기에 맞춰 서체를 연구하는 식이었죠.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연구하는 곳과 협업하다 보니 검수작업이나 여러 디자인적 작업에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까다롭기도 했고. 또한 중앙일보의 판형이 바뀌면서 그 안에 서체들을 새로운 개념으로 제작해야 했기에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되었죠. 그러나 힘들게 작업한 만큼 결과물은 상당이 좋게 나왔습니다.
|
naver '나눔서체 |
최근으로 거슬러 오면 네이버의 나눔 고딕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네이버는 편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도 잘 해주었고, 특히 타 업체에서 나눔명조를 제작해 경쟁심도 생기고 재미있게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또한 포탈 사이트이다 보니 사용자 반응도 바로 확인 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면서 쓰시는 것 같아 디자이너 입장에서 상당히 기분이 좋더군요. 어디 가서 제가 삼성서체를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나눔고딕 했다고 하면 오히려 많이들 알아봐 주시곤 합니다.
작업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에 남지만 굳이 뽑아보자면
크레용체를 들 수 있겠네요.
최근 들어 기업전용서체 작업을 주로 하셨다고 했는데, 그 전의 작품들은 무엇이 있나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꽤 많은 폰트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붐체, 퍼즐체, 에피소드체, 크레용체, 성경체, 단아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작업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에 남지만 굳이 뽑아보자면 크레용체를 들 수 있겠네요. 크레용체는 당시 획기적인 폰트였습니다. 한글은 조합형 문자라 아무리 손글씨라 해도 폰트로 만들려면 기계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손글씨의 진짜 멋이 상쇄되기 마련입니다. 크레용체는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크레용으로 쓴 것은 물론이고 자음과 모음의 다양한 결합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어 진짜 손글씨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반응도 상당히 좋았고, 저 나름에게도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
싸이월드'크레용 |
아카데미 정글에서 강의 하실 워크샵에서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배워갈 수 있을까요?
전반적인 폰트디자인의 이야기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지식들을 얻어갈 수 있어요. 여기에는 조형디자인의 원리와 해법이 숨어있어요. 덤으로 자기가 만든 서체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꾸준한 호기심과 탐구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폰트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어떤 경험들이 도움이
될지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는 관심과 근성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물론 자기 업이라 받아드리면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겠죠. 하지만 꾸준한 호기심과 탐구가 필요해요. 그리고 결과를 보려는 근성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발상의 전환을 많이 요구해요. 그래야 재미있게 일할 수 있어요. 이러한 요구들을 채우고 기를 수 있는 활동 이라면 뭐든지 경험해도 좋으리라 봅니다. 기초 뎃생도 좋고^^, 운동도 좋아요. 근성과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잖아요.
|
붉은악마'오필승 코리아 |
/ 2010. 6. 3